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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Feat. 정진우)

요정 (Feat. 정진우)

* 빌런 싱글 ‘요정’ 리뷰 힙합의 언어로 써진 R&B 넋두리 빌런의 자존심을 밟고 떠나간 ‘요정’ 랩 음악과 동일시되어 왔던 힙합(Hip-Hop)이라는 장르는 음악 장르를 넘어 문화 장르로 진화하며 이른바 ‘메인스트림(Mainstream)의 지위를 얻었다.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랩퍼들이 스타덤에 올라 인기와 부를 얻었고, 어린 학생들까지 오디션에 나와 랩으로 세상을 비웃는다. 이토록 성장한 대한민국 힙합의 주된 스토리는 ’넋두리‘다. 꺾여버린 자존심, 쓰라린 상처를 허장성세를 섞어 넋두리로 쏟아내며 어깨에 힘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어깨에 힘을 주는 힙합의 내러티브는 조금씩 조금씩 R&B라는 거대한 장르를 뜯어 삼키고 있다. 이제 갓 두 번째 싱글을 발표한 새파란 신인 빌런(Villain)은 ‘악당’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을 봐도 데뷔 싱글에 담겼던 ‘사람들은 내게 미쳤어. 다들 뭐라 해도 상관없어’라는 가사를 봐도 힙합의 문화가 뼛속까지 스민 뮤지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유려한 비트 위에서 랩이 아닌 노래로 넋두리를 뱉어낸다는 점. 트레이 송즈(Trey Songz), 라브린스(Labrinth), 자이언티(Zion.T) 등 국내외 힙합씬에서 인정받고 있는 보컬리스트들의 성공 요소와 맥을 같이 한다. 데뷔 두 번째 싱글인 ‘요정’은 아이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예쁜 제목과 달리 처절한 푸념이 가득하다. 함께 스타를 꿈꾸던 이성이 먼저 스타가 되어 곁을 떠난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더 큰 무대 전세 내서 놀고, before & after 파티 하고, ...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겠지, ... 내 요정아 넌 날아가 이제 딴 곳에 가서 네 팬들 받들어’라는 곳곳의 가사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너 떠나고 돈은 더 벌지. 그 돈으로 해 나는 뻘 짓. 모르겠어 네가 용서해줄지’처럼 힙합 스타일의 과감한 언어가 사용된 부분들도 눈에 띈다. 노래를 하고 있지만 ‘벌지’, ‘뻘짓’, ‘줄지’로 라임을 맞추는 등 가사, 비트, 라임 등 모든 부분에서 트렌디 힙합의 장점들을 수용하고 있다. ‘요정’에는 데뷔 전부터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왔던 정진우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K팝스타를 통해 데뷔 전부터 실력을 확인시켰던 정진우는 빌런의 소속사인 플라네타리움 레코드 동료이면서 크루 알파딕트에서도 빌런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중심 멤버. 버즈의 전국 투어 콘서트에 게스트로 함께 무대에 서는 등 한 몸처럼 움직여 온 두 사람이다. 이번 곡에서도 두 사람의 호흡은 훌륭하다. 다른 톤의 목소리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곡 안에서 누구의 목소리인지 구분이 잘 안 갈 정도로 곡의 분위기 안에서 하나로 녹아들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하니 두 어린 싱어송라이터의 활약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직접적인 가사 때문에 이런 궁금증은 남는다. 이 가사가 본인의 얘기라면 날아간 그의 요정은 누굴까?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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