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od Die Young
"한국힙합의 첨단 버벌진트, 죽음을 노래하다" 버벌진트(Verbal Jint)의 예고된 명작 [The Good Die Young]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에 빛나는 대작 힙합앨범 [누명] 이후로 디지털 싱글과 다양한 외부작업을 하며 숨을 고르던 그가 의미심장한 제목의 새 앨범을 발표한다. 2009년 세상을 떠난 아름다운 이들을 기리는 듯한 제목의 [The Good Die Young]은 버벌진트의 전작 [누명]과는 또 다른 지점에서 한국힙합의 발효, 성숙을 뽐낸다. [누명]의 사운드와 가사가 지극히 내성적이었던 반면, [The Good Die Young]에서는 버벌진트의 에너지가 델리보이(Delly Boi)의 블락버스터급 비트를 매개로 하여 바깥으로 넓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타이거 JK, 휘성, 리사(Lisa), 더 콰이엇(The Quiett), 리미(Rimi), 조현아, 빈지노(Beenzino)의 쟁쟁한 게스트 라인업은 마케팅이 아닌 앨범의 작품성 그 자체를 위해 세심하게 배치되었다. 이번 앨범은 [무명]과 [누명]의 지적인 독설 대신 바다를 건너고 불길을 지나온 자의 관조적 어법의 랩으로 채워져 있다. 21세기의 힙합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하는 버벌진트의 랩과 델리보이의 비트가 휘성의 보컬과 어우러진 '무간도'는 첫 트랙인 '56 Bars'와 쌍을 이루며 웅장하게 앨범의 시작을 알린다. 'Inspiration', 'Check the Rhime'과 'Searchin'에서는 독보적인 버벌진트의 감성랩을 맛볼 수 있으며 '을지로 5가', 'Ordinary', 'Yessir'에서는 색다른 주제 선정과 절정의 날렵한 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리사(Lisa)와 함께 한 타이틀곡 'Quiz Show'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뻔한 내용을 퀴즈쇼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낸 곡으로 가슴 짠한 랩와 보컬이 황금비를 이루며 버벌진트 식의 대안적 '랩 가요'를 제시한다. '나쁜 교육'에서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한국힙합의 자랑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의 신들린 듯한 랩과 버벌진트의 긴장감 가득한 랩 사이의 오묘한 균형을 꾀했는데, 곡이 담고 있는 메시지 뿐 아니라 이들 둘이 합작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힙합 팬들에게 소름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곡마다의 다양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관통하는 '사라져감에 대한 애도'의 정서는 앨범의 후반부에서 더욱 강조되는데, 마지막 곡 'La Strada'에서 버벌진트의 에너지는 완전연소되고 새하얀 재만을 남긴다. 아름다운 순간은 금방 과거가 되고, 좋은 이들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The Good Die Young]은 그런 사라지는 것들에게 버벌진트가 보내는 추모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