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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순간

순간의 순간

안녕하신가영 정규 1집 [순간의 순간] 우리는 매일 만나기로 했다. 굳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사실 거의 매일을 만나고 있었지만 그렇게 약속하고 싶었다. 만나면 으레 두서없이 늘어놓는 정규 앨범 이야기들을 이제는 좋은 앨범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들로 하고 싶었다. 이렇게 말해놓고도 매일 만날까 싶었지만 정말 거의 매일 만났다. 가영이가 좋아서 하는 밴드를 그만두고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된 우리에겐 만날 봐도 만날 재미있는 친구에서 '친구이자 파트너'라는 설명이 조금 더 따라붙었다. 이미 일과 놂의 경계가 희미했으므로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하고 만나선 회의를 하기도 했고, 회의하자고 만나놓고선 새벽이 다 가도록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만날 때마다 늘 즐거웠다. 음악은 가영이에게 매일 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매일 하고 싶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가영이를 지켜보면 알 수 있다. 그냥 늘 음악을 하고 있다. 집에 놀러 가면 들어볼래?라며 기타 한 대를 가지고 스케치 중인 곡을 들려주기도 했고, 어느 날은 메신저로 가사만 보내주기도, 어떤 날은 새벽까지 작업실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요즘 작업한 곡이라며 메일을 확인하라고 하기도 했다. 매일과 날이 반복되면서 그렇게 순간들이 쌓여갔다. 순간은 아주 찰나에서 기억하는 한 한없이 길다. 각자가 부여한 의미에 따라 때의 길이가 달라진다. 이러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가고 있고, 그러한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 자신이 된다. 안녕하신가영의 정규 1집 [순간의 순간]은 흩어져 있는 무수한 순간들 중 우리의 순간들을 꺼내어 음악으로 옮긴 앨범이다. 안녕하신가영의 가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가사를 통해 인생을 탐구적인 자세로 바라보고 있는 백가영이 꺼내어 놓는 것이 어떤 순간들인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지만 종종 어떠한 감정을 이렇다 할 단어로 구체화시키지 못 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다."라고 하지 않나. 안녕하신가영은 그런 순간의 마음을 가사로 꺼내어 놓으니 정신이 번뜩 드는 것이다. "그래 그때 내가 느꼈던 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어."하고. 가영이는 앨범 작업을 하며 "쉽지 않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즐거워서 하는 것이 음악이었는데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많고도 길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들은 대부분 낯설고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앨범은 완성이 되었다. 안녕하신가영의 정규 1집 [순간의 순간]에는 창작의 고통과 앨범 제작을 위해 갖은 시행착오를 이겨내야 했던, 그리고 음악을 해서 즐거웠던 가영이의 수많은 순간과 앨범 제작에 많은 도움을 준 뮤지션들과 스텝들의 순간, 그걸 지켜보며 말을 나눈 나의 순간과 항상 응원해준, 그러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순간이 쌓여있다. 12년째 백가영이랑 친구 천시우 (a.k.a 안녕하시우) 1. 너와 나 연인도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언제나 너에게는 연인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인트로에서 건반과 기타의 쏟아지는 별과 같은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누구도 완벽한 우리가 될 수 없었던 건 항상 나는 너였기 때문에" 2. 순간의 순간 안녕하신가영의 정규 1집의 타이틀곡. 데모가 완성되자마자 타이틀로 낙점된 곡으로 처음 이별하는 순간, 그리고 이별을 예감하는 순간은 아마도 이제는 나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아닐까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후렴에서 들려오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며 스트링으로 풍성하게 쌓아 올린 사운드가 포인트. 3. 문제없는 사이 정규 1집 발매 한 달 전 선공개한 곡. 미숙했던 그 때의 우리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인생을 탐구적인 자세로 바라보고 있는 백가영이 본 '사이'에 대한 고찰을 느낄 수 있다. 4. 가끔 네 생각이 나는 걸 발매 전 라이브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아 정규 앨범에 수록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잊혀져 가는 사람이 문득 떠올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있다. 하지만 그런 날들은 또 지나가고 우리는 다시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5. 어른인 듯 아닌 듯 정규 앨범 수록곡 중 몇 안 되는 경쾌한 곡이다. 어른의 경계선에 서있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로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나이의 위험함 보다는 그것에 관계없이 모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6.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이유 없이 잠들지 못했던 밤은 결국 나를 설명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을 담은 곡으로 유려하게 흐르는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한 대, 간소한 편곡을 했다. 지난 7월에 싱글로 발매해 갖은 상념으로 불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7.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 백가영이 좋아서 하는 밴드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발표한 곡을 재편곡해 실었다. 10분이라는 시간에 주목해 지금의 세상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가사가 매력적이다. 8.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민트페이퍼 컴필 앨범 [bright #2]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가사가 이 곡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어느 날 불같은 사랑을 했고, 잊을 수 없어 매일 울었고. 우리는 또다시 한 번 더 남이 되지 않기 위해서 적당한 사랑을 해야 해서 슬펐고." 간주에 나오는 백가영의 베이스 솔로가 귀를 사로잡는다. 9. 재미없는 창작의 결과 지난 9월에 발매한 싱글 앨범. 기존 여성 싱어송라이터들 보다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안녕하신가영이 선보이는 어쿠스틱 팝 곡으로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반복과 후회를 하는 우리의 선택에게 보내는 위로를 담고 있다. 10. 3시 15분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만 완성된 소박하고 따뜻한 사운드의 곡. 이제는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의미 있던 날들이 습관처럼, 관성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를 멈추게 할 때에서 이 곡이 시작되었다. 11. 어떤 종류의 환상 이미 훌쩍 큰 내가 떠올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그때 모습 그대로여서 어떤 종류의 환상처럼 느껴진다는 내용을 담은 곡. 아름다운 라인을 들려주는 트럼본과 플루겔혼, 관악기들의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12. 오늘 또 굿바이 피아노 한 대가 이끌어가는 담담한 곡. 시작한 적도 없이 이별하는 날들 속에서 사랑하기 위해서 오늘 또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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