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ken Tiger Best
Drunken Tiger, 타이거 JK Tiger J.K.와 DJ Shine이 살짝 들이민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라는 도전장은 대중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 의기양양한 자신감 뒤에는 자연스럽다 못해 능란한 랩이 가득 실린 이들의 데뷔 앨범이 있었다. 이들은 과연 국내에서 힙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왔던 것이다. 1990년대 초반에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힙합은 탄탄한 팬 층을 형성해 나갔다. 하지만 이들처럼 앨범 전체를 ‘검은 빛’으로 짙게 물들인 뮤지션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만큼 힙합 매니아들의 귀를 충족시켜 줄 만한 음반이 드물었다는 뜻도 된다. 힙합을 가장한 곡, 어설픈 힙합, 모방 차원에 그친 힙합, 모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힙합(?)이 모두 드렁큰 타이거가 겨냥한 음악들. 이들은 힙합의 생명인 ‘운’을 한국어로도 정교하게 맞출 수 있음을 증명하면서 자신들의 우월함을 우회적으로 웅변했다. 드렁큰 타이거는 미국에서 자라며 스트리트 컬쳐에 일찍부터 눈을 뜬 두 청년으로 구성된 듀오다. LA지역에서 이미 이름이 알려진 유망한 래퍼였던 Tiger J.K.가 클럽의 디제이로 있던 DJ Shine과 만나면서 팀 결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렇게 뜻을 모은 이들은 1999년 데뷔작 [Drunken Tiger]를 공개하면서 힙합계의 강자로 뛰어올랐다. 문제곡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말고도 ‘난 널 원해’, ‘하늘에서 내려오는 계단’등이 앨범의 진가를 드러내는 트랙들로 사랑받았다. 첫 음반에 대한 놀라운 호응으로 고무된 멤버들은 이듬해 [위대한 탄생]이라는 타이틀의 2집을 내놓으며 다시금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신기에 가까운 래핑을 선사하는 타이틀 송 ‘위대한 탄생’, 윤미래, 김진표, CB MASS가 참여한 ‘The movement'', 독특한 도입부가 참신함을 더해준 ‘취권 VS 당랑권’등 많은 곡들은 만개한 이들의 능력을 한껏 드러냈다. 2001년 통산 세 번째 작품 [The Legend Of...]을 발표하고 ‘Good life''를 방송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으며 전설의 부활을 알렸다. 드렁큰 타이거는 적어도 ‘모양새가 갖춰진 진짜’ 힙합을 들여온 그룹으로 기억될 것이다. 흑인 하위문화의 산물인 힙합이 국내에서도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