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夜
2008년 동명의 타이틀로 데뷔 앨범을 발표한 ‘짙은(보컬 성용욱, 기타 윤형로)’은 한국 모던 록의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 받으며 감수성에 호소하는 진한 멜로디로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그 이후 꾸준한 공연, 새로운 앨범 이외에도 드라마 음악 감독으로서 활동하며 새로운 음악적 영역을 구축해 왔다. 이번에 발매되는 EP 는 작년 6월, 우리 모두가 꿈꾸던 이상향으로의 항해를 그려내며 음악적 성취를 보여준 EP 이후 ‘짙은’이 1년 5개월 만에 내 놓은 신작이다. 이번 앨범부터는 멤버 ‘윤형로’가 솔로 프로젝트를 위해 밴드를 잠시 떠나게 되어 성용욱이 앨범 작업을 도맡아 하게 되면서, 더욱 그 만의 색깔을 오롯이 녹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성용욱은 이번 앨범을 더욱 ‘솔직하게’ 만들었다. 멜로디와 가삿말에 감성을 그대로 담아 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도, 도리어 솔직함이 더해진 직설적인 가사를 통해 청자들로 하여금 그 의도와 본심에 대해 각자 고민 해 보도록 만들었다. 특히, 이번 EP에는 지난 10월 성공적으로 일본 데뷔를 마친 ‘센티멘탈 시너리’가 편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하여 더욱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게 되었다. 도입부의 깊은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인 타이틀 ‘백야’는 통기타 중심으로 작업해온 ‘짙은’의 음악 색에 나타난 변화를 암시한다. 기존의 절제된 감성을 유지하되, 메인 악기로 피아노를 선택한 ‘짙은’의 시도는 어쿠스틱 기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감수성 그 이상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다가선다. 혹여나 지난 앨범들로 짙은의 음악색깔에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Moonlight’나 ‘March’를 들어보자. 폭발적인 사운드와 강렬한 이펙트를 선사하는 The Koxx(칵스)의 멤버 ‘이수륜’의 세션 참여로 더욱 역동적인 느낌이 가미된 두 트랙을 듣고 나면, 아마 어쿠스틱으로 국한시킬 수 없는 짙은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매료될 것이다. 우리에게 일상적이지 않은 ‘백야’라는 현상은 친숙하지 않기에 어쩌면 더욱 멀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멤버의 변화나 음악적 다양함에 대해서도 이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을터. 하지만 ‘낯선’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편견을 버리고 ‘짙은’이 이끌어가는 간결하고 솔직한 대화에 함께한다면 흘러가는 멜로디에 몸을 맡길 만큼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삭막한 어둠 속의 흔하지 않은 빛을 좇아가는 ‘여섯 결’의 시선이 담긴 EP 어쩌면 혼자이기에 더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낯선 여행을 시작하는 ‘짙은’과 함께 어둠이 내리지 않는 밤, ‘백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