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I Am, I Will
4년간의 정성, 최고은 정규 1집 [I WAS, I AM, I WILL] 최고은의 일상과 풍경이 자연스레 음악에 스며드는 시간 최고은은 어린 시절 판소리와 가야금병창을 했고, 대학 때는 동아리 밴드에서 하드코어 성향의 음악을 했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을 앞둔 20대 중반쯤이었다. 친한 영어 선생님이었던 에릭이 외국으로 떠날 때 선물로 ‘Eric’s Song’을 만들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여러 친구들에게 노래를 만들어 선물하기 시작했고, 그를 모아 앨범을 만들었다. 첫 미니 앨범인 [36.5℃]는 한정반으로 최고은 본인이 직접 나무판에 사포질을 하고 그 위에 판화를 찍는 등 100% 가내수공업으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그 후로 꼭 4년이 흘렀다. 세 장의 미니앨범, 7주간의 장기공연 ‘호흡의 원근법’, 두 달간의 유럽투어, 일본 후지 TV 아시아 버서스(Asia Versus)우승, 영국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페스티벌 초청. 길지 않은 시간, 꽤 다양한 경험이었다. 4년간, 정규 앨범이 없는 것에 대해 많이들 의아해 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그 사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듀서와 밴드를 만났고, 음악하는 삶에 대해 면역력이 생겨났다. 최고은의 일상과 풍경이 최고은의 음악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시간, 마침내 정규 1집 [I WAS, I AM, I WILL]이 나왔다. 첫 정규 앨범에는 세 장의 미니앨범에 수록된 대표곡과 새롭게 창작된 총 13곡이 수록되어 있다. 최고은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노래로 진행되는 서정적인 팝/포크에서부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베이스의 황현우, 드럼의 민상용, 기타의 박상흠이 함께하며 록, 컨템포러리, 재즈, 월드뮤직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타일을 선사한다. 밴드 사운드가 구축되며 가능해진 과감한 시도들은 최고은 목소리의 표현을 확장하고 한결 풍성한 호흡을 만들어냈다. 앨범은 트랙을 넘길 때 마다 예상을 비껴가는 생경함과 반전을 선사하며, 다양한 색깔의 최고은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기존 음악들이 영어 가사였던 것에 반해, 이번 앨범에는 한글 가사의 비중이 늘어났다. 가사 전반에는 시간의 흐름을 관찰하고 함께 살아가는 풍경과 소통에 대한 관심이 녹아져 있다. 특히 타이틀 곡 ‘마이 사이드(My Side)’는 서로 다른 기울어진 두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어긋난 소통을 이야기한다. 앨범 전반부는 밴드 사운드로 채워진 신곡을 선보인다. 브리티쉬 록을 연상케 하며 숨겨진 자아의 이면을 드럼과의 인터플레이(Interplay)로 구성한 ‘몬스터(Monster)’, 기존의 최고은의 틀에서 벗어난 보컬과 지난 4년간 구축된 입체적인 밴드 사운드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스톰(Storm)’, 최고은 특유의 서정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두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어긋난 관계를 시적으로 표현한 ‘마이 사이드(My Side)’, 한국 전통민요를 모티브로 록킹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뱃노래’, 무반주로 시작해 재즈, 왈츠, 스캣으로 마무리하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던 ‘노 에너지(No Energy)’는 새로운 편곡으로 실렸다. 앨범 후반부는 최고은의 차분한 호소력이 돋보이는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환하는 시간과 일상을 자연스레 그려내는 ‘오디너리 송(Ordinary Songs)’, 후지 TV ‘아시아 버서스’의 최종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러브(L.O.V.E)’, 우리는 서로에게 왜 숲이 아닌가라는 가사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봄’, 등이 실렸다. 최고은은 음악 창작만큼이나, 음악이 갖고 있는 본래의 질감을 ‘소리’로 잘 구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긴다. 지난 세 번째 미니앨범 [REAL]에서는 2012년 겨울 유럽 투어 당시, 유럽의 농장, 병원, 갤러리, 가정집, 세탁소, 보일러실 등의 다양한 풍경과 만나게 된 사람들을 녹음이라는 풍경에 등장시켰다. 일상의 곳곳에서 곡을 연주해 앨범과 영상으로 담았고, 녹음 후 믹싱과 마스터링의 단계를 최소화 하여 발매했다. 그 공간의 이야기를 그대로 남겨둔 채로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이번 정규 1집의 녹음도 최고은의 마음이 잘 담겨있다.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음악 자체의 울림과 잔향을 담기 위한 공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여겨, 정규 1집 앨범의 전곡 녹음을 KT&G 상상마당 춘천 라이브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춘천에 거주하며, 스튜디오에서 본인의 음색과 잘 맞는 마이크, 녹음방식, 밴드와의 앙상블 등 다양한 사운드 실험을 진행했다. 앨범은 처음부터 중단 없이 한 번에 녹음하는 원 테이크(one take) 방식을 기반으로 녹음하고, 최대한 녹음을 하는 순간의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앨범 후 사후 작업 과정에서도 보컬 사운드의 왜곡을 최소화했다. 도시에서 벗어나 호수, 잔디밭, 나무가 많은 녹음실의 환경도 레코딩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날씨가 좋아 즉흥적으로 스튜디오 밖, 의암 호수 근처에서 녹음한 노래인 ‘오디너리 송(Ordinary Songs)’은 주변의 자연 소리, 녹음 과정을 지켜본 관람객과의 대화도 그대로 담겨 있다.